책을 읽다 - 걷는 사람 (하정우)

이미지 출처:yes24.com

난 걷는걸 정말 좋아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 걷는것은 돈이 들지 않는다.
• 걷는것은 특별한 장비가 필요없다.
• 걸을때만큼은 통증이 없다.(매일 앉아서 하는 직업에 목 디스크를 가지고 있어서 언제나 목,어깨,허리 통증이 있다.)
• 혼자 걸을때 이런 저런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 꾸준히 걸으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
• 배부르거나 속이 갑갑할때 걸으면 트름이나 방구가 시원하게 나오고 속이 편안해진다.
• 와이프와 걸으며 더 솔직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 음악을 들으면서 걸으면 음악에 온전히 빠져들어 여러 감정들을 느낄 수 있다.
• 햇빛을 째며 광합성을 할 수 있다.

코로나 영향으로 체육관을 맘편히 가기도 힘들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체력이 조금씩 줄고 할 일에 늘어남에 따로 운동 시간을 넉넉히 갖을 수도 없어진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든 걸을 수 있는 공간, 걸을 수 있는 시간만 주어진다면 무조건 걷는다.

이렇게 걷기를 좋아하게 된 여러 이유 중 아마 이 책도 조금은 영향을 준게 아닐까 싶다. 배우 하정우란 사람이 자신의 삶에 대한 뚜렷한 가치관을 갖고 있을거란 예상은 했지만 걷기에 대해서 이 정도로 애정을 가지고 몸으로 실천하는 사람이란 건 처음 알게 되었다. ( 나도 하정우님 처럼 하와이로 가서 한 달 정도 매일매일 아무 생각없이 하루종일 걷고 맛있는거 해먹고 이렇게 반복된 일상을 보내고 싶다. ㅠㅠ)

책에서 나온 제 가슴깊이 파고들었던 하정우의 글귀들과 생각들을 담아보았습니다.

걷기에 대해 칭송하다

"이 점이 마음에 든다. 내가 처한 상황이 어떻든, 내 손에 쥣 것이 무엇이든 걷기는 내가 살아 있는 한 계속할 수 있다는 것."

내가 가진게 아무것도 없어도 몸이 건강하다면 누릴 수 있는 행복이 바로 걷기의 즐거움 아닐까? 그렇다면 내 삶에서 몸이 건강만 하다면 누릴 수 있는 것들은 또 무엇이 있을까?

"나는 나의 기분에 지지 않는다. 나의 기분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믿음, 나의 기분으로 인해 누군가를 힘들지 않게 하겠다는 다짐. 걷기는 내가 나 자신과 타인에게 하는 약속이다."

"내 갈 길을 스스로 선택해서 걷는 것, 내 보폭을 알고 무리하지 않는 것, 내 숨으로 걷는 것. 걷기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묘하게도 인생과 이토록 닮았다.

나 역시 내 삶의 선택의 기로에서 나 다운 선택을 하는 것, 그리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 욕심부리지 않고 한발자국씩 걸어나가는 것

"오늘 우리가 고단함과 귀찮음을 툭툭 털고서 내딛는 한 걸음에는 돈으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가치가 있다. 나의 오늘을 위로하고 다가올 내일엔 체력이 달리지 않도록 미리 기름치고 돌보는 일. 나에게 걷기는 나 자신을 아끼고 관리하는 최고의 투자다."

"하루의 시작과 끝이 이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걷는다는 것, 이 투박하고 촌스러운 인간의 본능적인 행위를 통해 나는 행복감을 느낀다."

휴식이란 무엇인가

"정작 일은 너무나 열심히 하는데 휴식 시간에는 아무런 계획도 노력도 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그대로 던져두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지치고 피로한 자신을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곧 휴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방기'는 결과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누적된 피로를 잠시 방에 풀어두었다가 그대로 짊어지고 나가는 꼴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휴식을 취하는 것은 다르다. 나는 휴식을 취하는 데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적어도 일할 때만큼은 공들여서 내 몸과 마음을 돌봐야 하지 않을까?"

"아, 휴식에도 노력이 필요하구나. 아무리 힘들어도 나를 일으켜서 조금씩이라도 움직여야 하는 거였구나."

"내가 일을 좋아하는 만큼, 일을 오래하고 싶은 만큼, 휴식도 신경쓰고 잘 계획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일과 휴식을 어중간하게 뒤섞지 말고, 가만히 누워 있는 것을 휴식이라고 착각하지 않는 것. 일이 바쁠 때 '나중에 몰아서 쉬어야지' 같은 얼토당토않은 핑계를 대지 않는 것."

나의 주말을 떠올려보자. 중요한 일을 미룬채 멍하니 TV를 보고 있는 것을 휴식이라고 착각하지 않는 것 / 침대에 걸터앉아 멍하니 게임영상을 보는걸 휴식이라고 착각하지 않는 것 / 게임을 하고 싶은 욕심에 새벽부터 일어나 눈치보며 게임 하는 걸 휴식이라고 착각하지 않는 것. 진정으로 주말에 나에게 필요한 휴식이란 무엇인지 고민해보자.

걷기와 삶에 비유

"10만 보 걷기에 도전해보자며 다 함께 목표를 설정한 것 아닌가? 그런데 왜 걷고 있는 도중에 갑자기 그 '의미'란걸 찾으면서 포기하려고 했을까? 어쩌면 고통의 한복판에 서 있던 그때, 우리가 어렴풋하게 찾아헤맨 건 '이 길의 의미'가 아니라 그냥 '포기해도 되는 이유'가 아니었을까?"

"애초부터 모든 것이 잘못되어 있었다고, 이 길은 본래 내것이 아니었다고, 그렇게 스스로 세운 목표를 부정하며 '포기할 만하니까 포기하는 것'이라고 합리회하고 싶었던 거다."

"이것은 꼭 걷기에 관한 얘기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살면서 유난히 힘들 날이 오면 우리는 갑자기 거창한 의미를 찾아내려 애쓰고, 그것을 발견하지 못하면 '의미 없다','사실 처음부터 다 잘못됐던 것이다'라고 변명하다. 이런 머나먼 여정에서 길을 잃었을 때는 최초의 선택과 결심을 등대 삼아 일단 계속 가보아야 하는데, 대뜸 멈춰버리는 것이다."

"장거리를 걸을 때는 지치기 쉽다. 판단력도 흐려진다. 그러므로 걷는 시간보다 더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때가 있다. 바로 '쉬는 시간'이다. 평소보다 많이 걸을 때는 운동화 속의 아주 작은 모래 알갱이 하나가 발바닥 전체를 망가뜨릴 수도 있는 법이다. 그러면 잘 참고 걸어왔던 그간의 시간도 물걸품이 되어버린다. 그러니 쉬는 시간에는 지쳤다고 숨만 훅훅 몰아쉴 것이 아니라 정신을 바짝 차리고 운동화 속과 두 발의 상태를 꼼꼼하게 확인하며 다음 오십분을 준비해야 한다. 지쳤다고 그냥 늘어진 채로 목구멍에 물만 들이부으면 영락없이 탈이 난다. 누구도 쉬지 않고 계속 걸을 수는 없는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걸은 그날의 경험은 내게 자신감을 더해주었다. 앞으로의 내 삶에 어떤 날들이 펼쳐지든 건강하게 걸을 수 있는 두 다리만 있다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노라는 겸허함도 덤으로, 그저 다리를 뻗고 팔을 흔들며 끝까지 걸었을 뿐인데, 내 삶의 어떤 터닝포인트도 살짝 넘어선 것만 같다.

"죽을 만큼 힘든 사점을 넘어 계속 걸으면, 결국 다시 삶으로 돌아온다. 죽을 것 같지만 죽지 않는다. 우리는 아직 조금 더 걸을 수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결국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버티고 걸어나갈 것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걸으러 나가는 루틴, 몸에 익은 습관은 불필요한 생각의 단계를 줄여준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하면서 자신이 믿고 기댈 수 있는 시간을 쌓아가는 것뿐이다.

자기 관리에 대해서

"나는 오랫동안 연기하고 영화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싶다. 어느 날에는 기대 이상으로 좋은 작품이 나올 수도 있다. 또 어떤 날에는 나 자신에게 너무도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결과에 휘둘리지 않고 꾸준히 작업해나가는 것이다. 나는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작업하고 나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 역시도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하루하루 조금씩 성장해 나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일탈도, 치기도 없는 약간은 재미없는 삶이라고 누군가는 말할지 몰라도, 나의 이런 하루가 나는 마음에 든다. 지금 여기서 동이 터올 때까지 매일 축배를 들기엔 아직 나는 갈 길일 한참 먼 사람이기 때문이다."

"처음 봤을 때 에너지가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몸에 활력이 넘치고 표정도 생생하다. 첫인상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 몸에 기운과 에너지를 늘 충만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운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자 나에게 남은 것은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일과 기도뿐이라는 사실을."

"삶은 그냥 살아나가는 것이다. 건강하게, 열심히 걸어나가는 것이 우리가 삶에서 해볼 수 있는 전부일지도 모른다. 내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어찌해볼 수 없는 일들이 있다는 명백한 사실은, 내게 포기나 체념이 아니라 일종의 무모함을 선물해주었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길을 그저 부지런하게 갈 뿐이다."

"인생이란 어쩌만 누구나 겪는 불행하고 고통스러운 일에서 누가 얼마큼 빨리 벗어나느냐의 싸움일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어떤 상황에서든 지속하는 걷기, 직접 요리해서 밥 먹기 같은 일상의 소소한 행위가 나를 이 늪에서 건져내준다고 믿는다."

글을 마치며

"내게 주어진 재능에 겸손하고, 이뤄낸 성과에 감사하자. 걸으며, 밥을 먹으며, 기도하며 나는 다짐해본다."

"티베트어로 '인간'은 '걷는 존재' 혹은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는 의미라고 한다. 나는 기도한다. 내가 앞으로도 계속 걸어나가는 사람이기를. 어떤 상황에서도 한 발 더 내디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기를."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쳤을때..

벌어지거나 일어나지도 않을 일들로 머릿속에 불안감이 가득 채울 때..

나 자신이 한없이 작게만 느껴질때..

모든 걸 잠시만 잊고.. 모든 걸 잠시만 미루고..

가장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옷과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자, 목적지가 없어도 된다.

앞에 걸을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어떤 길이라도 무작정 걸어보자.

머릿속에 아무것도 떠올리지 않을때까지..땀이 흠벅 젖을 때까지..

나만의 걸음걸이로, 걸어보자..